무엇이 새로운 세계 문명의 구성 요소로 떠오를 것인가?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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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슈네 소르본대 교수 

 

슈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 문화는 그리고 나는, 태어나기 전에 우리가 받아들였거나 선택한 길을 따라 우리의 삶이 흐른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에 모든 삶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김상선 기자]
슈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 문화는 그리고 나는, 태어나기 전에 우리가 받아들였거나 선택한 길을
따라 우리의 삶이 흐른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에 모든 삶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김상선 기자]
 

 

유교 경전이 서양 계몽주의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는 학설은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유교를 매개로 한 동양과 서양 문명의 만남은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 이후에 급격히 발달한 서구의 과학·기술은 서구가 동양을 지배하는 도구가 됐다.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된 동양 각국은 마르크스주의에 의한 것이건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에 의한 것이건, 정신없이 서구 근대화 모델을 수용했다. 지금은 숨을 잠시 고르고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오늘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그런 점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석학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비교철학·인도철학 전문가인 프랑스 소르본대 프랑수아 슈네(60 ) 교수다. 슈네 교수는 동서양의 상호 이해, 상호 존중을 통한 화합을 강조해온 학자다. 동서양 사상과 철학의 융합을 통한 인간성 회복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사단법인 수요포럼인문의숲(대표 배양숙)이 14일 개최한 서울인문포럼에서 발표하기 위해서다. 13일 슈네 교수를 만나 비교철학·인도철학이 바라보는 현대 문명의 위기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비교철학자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동양이건 서양이건 모든 철학 체계에는 공통의 요소가 있다는 것, 인류에게는 공동의 문화적·문명적 유산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게 비교철학자의 의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 고속성장·발전을 거친 한국도 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사회가 올바르게 진화하려면 인간 개개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발전에는 공동체의 사회적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적인 발전도 포함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영적인 니즈(needs)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불행히도 대다수 사람이 아무런 이상도 없고 인생 프로그램도 없다. 그런 사회가 불행하다는 것은 놀라운 게 아니다.”

-인도철학이 개인·사회 발전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서구의 휴머니즘보다 훨씬 깊이가 있다. 인도 사상은 사람이 영적인 존재라고 본다. 인도인 입장에서 보면 서구의 영적인 가치라는 것은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가치에 불과하다. 인도철학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영혼이 있고 영혼은 신성하다고 간주한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그러면 사회가 발전하게 된다. 개인의 삶도 발전한다. 인도철학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잘 계획하고 조직해야 한다고 본다. 주먹구구식으로 살면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이 되려면 서구식 모델과 다른 뭔가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철학적 지식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서양철학에서 철학적 지식은 우주 전체에 대한 지적인 이해나 지적인 해석을 의미한다. 또 서양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도철학은 진리의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철학은 윤리나 종교와 마찬가지로 영적인 해탈·해방의 수단이다. 사람을 깨닫게 해 자신의 행위와 세계관까지 바꾸게 만든다. 이러한 지식관은 세계 문화에 대한 인도의 최대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 없는 것은 동양에 있고, 동양에 없는 것은 서양에 있다. 그런데 양쪽 다 한쪽으로 치우쳤다.”

-치우친 결과는?

“최상의 체제라는 민주주의는 비틀거리고 있다. 민주주의가 선포한 목적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인간의 경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인도의 경우에는 영적인 이기주의가 카스트제도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사회적인 교착상태를 낳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인간은 완벽하게 될 수 있다’는 오랜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서구 모델에 따라 근대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는 혼란과 조화로운 질서의 파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여러 문명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종합(synthesis)이 가능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나.

“실천 가능한 종합은, 동서양의 문화를 통합해 새로운 세계 문명을 만드는 것이다. 끈끈한 가정, 위계질서에 대한 존중 같은 동양의 전통적 가치는 서양의 개인주의보다 우월하다. 의견 일치를 중시하는 동양의 방식도 서양의 적대적인 정책결정 시스템보다 낫다.”

-세계 문명이 등장한다면 서구 문명은 멸망하는 것인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 문명들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도덕적 붕괴나 사회적 해체는 옛 제국들이 파괴될 때에도 일어났다.”

-무엇이 새로운 세계 문명의 구성 요소로 떠오를 것인가.

“불교에 주목해야 한다. 불교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에 찬성한다. 세계 질서의 혼란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이데올로기는 불교다. 세계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 되건 불교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서구는 권력·재물을 추구하는 사람의 이기심을 ‘양성화’했다.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기심 덕분에 오히려 잘 굴러가는 정치·사회·경제 체제를 만들었다.

“이기적인 사람은 사회에 봉사할 자격이 없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지 않는 것은 수치다. 영성이 빠진 물질적인 부(富)는 곧 영적인 가난이다. 재물을 넘어 마음의 평화를 달성해야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노벨 경제학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딱 한 가지. 욕심이다’. 서양에는 ‘욕심은 만악(萬惡)의 뿌리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재화로도 욕구라는 심연을 메울 수 없다. 게다가 욕심은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의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도는 ‘종교철학의 백화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도인이 믿는 게 있다면?

“다르마(Dharma)가 우주를 지탱하고 유지한다는 믿음이다. 또 무지가 고통의 원인이라고 본다. 사람이 윤회를 거듭하는 이유는 무지에서 벗어나는 데 여러 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르마란 무엇인가.

“우주적 질서에 맞는 올바른 행위다. 도덕이다. 인도에서 다르마는 즐거움과 재물·권력의 추구와 더불어 삶의 목표 혹은 가치로 간주된다. 그중에서 다르마를 최고로 친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영적인 해탈(모크샤·moksa)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만드는 존재다. 매 순간 인간은 행위를 통해 자신의 미래 삶을 창조한다. 인도철학은 숙명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삶을 만드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도철학에 따르면 인간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생각이다. 사람이 뿌린 생각이라는 씨는 행위라는 열매가 된다. 행위를 심으면 습관을 수확하게 된다.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

-그렇다면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는 인간의 마음을 투사한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외부 세계와 대응하는 게 있다. 바깥세상은 우리 생각 속에서 먼저 존재한다. 마음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세상을 창조한다. 이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없다.”

-서구에는 인도철학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나.

“인도철학이 사변적이며 금욕적이라는 것이다. 또 인도의 영성적 철학이 삶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인도 문화의 정신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 이런 인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철학은 사람이 영적 존재가 되려면 가난하고 배고픈 존재가 돼야 한다고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영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도철학은 물질적인 행복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지 말라고 가르친다.”

-해탈은 하지 못했더라도 영적인 인간이 되면 어떻게 되나.

“그런 현자(賢者)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신성(神性)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 곤충, 식물과 나무, 강물, 산에서도 신성을 느끼게 된다.”

-영혼의 본질은 무엇인가.

“행복이 영혼의 본질이다.”

만난 사람=김환영 논설위원 
사진=김상선 기자

프랑수아 슈네 교수는 …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명문 앙리 4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엘리트 교육기관인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했다. 소르본대에서 비교철학·인도철학 전공으로 국가박사 학위를 받고 1980년대 후반부터 모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시간』 『인도철학』 등이 있다.

[인터뷰 후기] 가장 철학자다운 철학자

스포츠맨 같은 종교인이라든가, 종교인 같은 기업인 등 각 직업에 대한 ‘편견’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슈네 교수는 ‘가장 철학자 같은 철학자’였다. 그의 제자인 전효선(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소르본대 박사에 따르면 슈네 교수의 강의는 학생뿐 아니라 진리에 목마른 조각가·의사·직장인이 찾아와 자유롭게 청강하는 사색의 장이었다. 그가 스승 교수의 강의에 계속 출석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계속 받는 것이 학생들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도인의 근원은 아리아인 침공이 아니며, 인도인은 원래 인도에 살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힌두민족주의에서 나온 주장이다. 그들은 인도가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리아인 침공은 신화가 아니라 팩트(fact)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에 밀리게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사회와 인도 사회는 매우 다르다. 중국 사회는 균질적이고, 위계질서가 잡혀 있다. 인도는 그렇지 않다. 분권화가 심하다. 전통 경제 부문의 비중도 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책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의 정책은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것과 같다. 이를 힌두민족주의와 간디를 내세워 감추고 있다.”

-평범한 인도인의 세계관은?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국이자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한다. 세계의 나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세계지도에서 아는 나라는 영국밖에 없다. 한국·중국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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