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화 속 돌이 되어가는 불보살에 새긴 염원의 흔적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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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로 이형재 작 '십일면관음' 과 이형재 작가 부부

 

 

‘어느 시절 염원을 담아 정성으로 새겨진 조각상이 염원과 기도를 안고 세월이 흘러 어느덧 풍화로 돌이 되어가는 경계에 있는 이 순간을 그려내었어요.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서 시간은 아무데도 없는 것이지요. 시간의 마모에 의해서 모습이 지워지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유로운 회귀인 것이지요’

겸로 이형재 작가의 ‘돌 위에 새겨진 염원’(Wishes and Hopes are carved on Rocks)이 처음으로 미국 초대전을 갖는다.

오는 17~29일 애너하임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사찰 정혜사에서 초대전을 갖는 그는 주지 석타스님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4년 전 미국을 방문해 정혜사 벽화와 주련 제작을 했고 이번 초대전으로 다시 만난다.


지난해 12회 개인전을 끝낸 그는 ‘강원의 화강암에 피어난 불보살, 풍화속에 드러난 진면목’을 주제로 했던 이 전시를 미국에서도 열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주로 양양 선림원지, 영월 창령사지 등 강원도에 산재되어 있는 문화재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한 조각상들이다. 염원을 안고 풍화가 진행되는 세월에 드러나는 형상을 작가가 재해석해서 화강암에 새겨진 마애불 느낌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몇 점은 추리고 석굴암 등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들을 보강해 11점을 미국에서 전시한다.

이형재 작가는 1985년 한국미술청년작가상 수상전을 가지며 한국미술청년작가회에서 10년 간 작품활동을 했다. 1985년부터 한국미술협회 춘천회원, 1995년부터 강원현대작가회원으로 현재까지 한·일 교류전, 한·중 교류전을 비롯해 서울현대미술제, 광주현대미술제, 익산국제환경조각전에 출품하며 300회의 단체전과 1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해외 교류전은 많았지만 미국 개인전 초대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그는 ‘돌 위에 새겨진 염원’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이 땅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산이며 바위며. 바위에 기원의 의미로 새긴 미륵, 신장, 보살 마애불 등이 오랜 풍화의 시간을 지나면 바위의 본 모습과 기원의 염원이 둘이 아니게 된다. 그냥 바위아래에서 기도 올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수많은 염원을 바위에 새겨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바위에 새겨진 문양과 조각은 오랜 세월 풍화를 거쳐 바위가 가진 본래의 모습과 마모된 형상이 공존하는, 엄밀하게 말하면 바위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 경계에 오게 된다. 이 경계의 형상을 염두에 두었다. 풍화로 마모 되어가는 문양과 형상을 재현한다는 것보다는 바위가 가진 속성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문양과 조각이 가졌던 형상이 세월의 흔적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겨진 조형이 가진 의미가 오히려 드러나게 되는 경계에서 질감을 갖는 바위의 형질과 세월 속에 지니고 있던 염원의 흔적이 하나가 된다.”

개막 행사는 오는 18일 오후 12시30분 정혜사(2885 W. Ball Rd., Anaheim)에서 열린다. 문의 (714)995-365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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